낙서장

[제주특별자치도 민담] 앉은뱅이와 황금

마음을 지키는 사람 2026. 5. 20. 17:27

옛날에 앉은뱅이와 눈먼 소경이 서로 도와 가며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생각 끝에 소경이 앉은뱅이를 업고서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동냥질하여 살아갔다.

 

눈먼 소경은 등에 업힌 앉은뱅이가 시키는 대로 걸어갔고, 앉은뱅이는 비록 눈은 멀었으나 힘이 세어 어디고 걸어다니는 소경 덕분에 동냥이나마 할 수 있었기에, 두 사람은 이렇게 둘이 만날 수 있었던 걸 복이라고 생각하며 사이 좋게 지냈다.

 

하루는 (두 사람이 옮긴이 마음을 지키는 사람’. 아래 옮긴이’) 동냥을 하러 길을 가다가 앉은뱅이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큰 황금덩어리를 발견하였다.

 

, 저기 금덩어리 아니야.” 이렇게 큰소리를 치려다가 그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생각하니 금덩어리가 하나니까, 못 가진 사람은 섭섭할 것 같았다. (비록 옮긴이) 소경은 (금덩어리를 옮긴이) 못 보았지만 그렇다고 자기만 가질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그것을 자기가 업고 다니는 소경에게 줘버리면 자기가 섭섭할 것 같았다. 잘못하다가는 그 황금덩어리 하나로 지금까지 사이 좋게 살아왔던 두 사람이 서로 멀어질 것도 같았다.

 

그래서 앉은뱅이는 금덩어리를 그냥 두고 지나가 버렸다. 속으로만 어디 불쌍한 사람이 있으면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마을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한 가난한 장사꾼을 만났다. 앉은뱅이가 가만히 보니까, 그 장사꾼은 하루 종일 물건을 하나도 팔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배가 고파서인지 아이들이 대여섯 칭얼거리고 있었다. 보기에 여간 딱하질 않았다.

 

그래서 앉은뱅이는 그에게 조용하게 말하였다.

 

요 건너편 산모퉁이에 가면 금덩어리가 하나 있으니까, 그걸 갖다가 당신이 가지시오.”

 

장사꾼은 앉은뱅이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웬 미친 사람이 헛소리를 한다고 눈을 흘겼다.

 

그래서 앉은뱅이는 모든 사실을 자세하게 이야기하였다. 자기도 금덩어리가 탐이 나지만, 사이 좋은 두 사람이 서로 멀어질 것 같아서 그에게 알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제야 그 장사꾼은 앉은뱅이의 말을 믿었다.

 

그런데 앉은뱅이가 말한 대로 장사꾼이 그곳에 가보니 황금은커녕 큰 구렁이만 앉아 있었다. 그 주위를 아무리 봐도 금덩어리는 보이질 않았다.

 

이놈이 나를 속였구나!”

 

장사꾼은 홧김에 갖고 있던 큰 칼로 그 구렁이를 두 동강이 내고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언제고 앉은뱅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며칠 후(옮긴이)에 앉은뱅이가 장터를 지나다가 그 장사꾼을 다시 만났다.

 

황금덩어리를 찾았어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장사꾼의 주먹이 앉은뱅이의 얼굴에 날아왔다.

 

이 병X 자식이 사람을 놀렸어!”

 

(그러면서 옮긴이) 뭐라고 변명할 시간도 주지 않고 마구 후려치는 것이었다. 앉은뱅이는 거의 반죽음이 되도록 두들겨 맞았다.

 

거 참 이상하다. 틀림없이 (황금덩어리를 옮긴이) 보았는데 …….”

 

앉은뱅이는 그렇게 매를 맞아야 했던 사정을 소경에게 말하면서도 이상하기만 하였다.

 

그걸 자네 혼자 갖지 않고 장사꾼에게 주려고 했던 것은 아주 잘한 일이네. 설사 내게 그걸 주었다 해도, 나도 받지 않았을걸세.”라고 소경은 앉은뱅이를 위로하였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난 후였다. 그 두 사람은 다시 그 황금덩어리가 있었던 곳을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전에 보았던 황금덩어리가 이번에는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 게 아닌가.

 

, 그렇군. 그 사람(장사꾼 옮긴이)이 홧김에 그 구렁이를 두 동강이로 잘라 버렸다고 하였는데, 그게 이제는 두 덩어리 황금이 되었구나.”

 

그들은 그 모든 일은 바로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면서 그 두 덩어리 금을 하나씩 나누어 가졌다.

 

- 제주도 이야기 1 (현길언 지음, 강요배 그림, 창비 펴냄, 2007)에 실린 제주특별자치도()의 민담(民譚)

 

- 음력 44일에,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