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왕국의 사자 임금이 죽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새 임금을 뽑기 위해 모였습니다. 힘센 동물들은 저마다 빽빽이 몰려온 동물들의 지지를 얻으려 애썼습니다.
그 중에서 코끼리는 힘이 센 것을 뽐냈는데, 그의 긴 코로 어떤 나무라도 뽑아 버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코끼리의 말을 조롱하고 나선 것은 호랑이였습니다.
“쳇, 그까짓 서 있는 나무를 뽑아 버리는 게 무슨 힘 자랑이나 되나? 힘이 센 것은 싸움에서 나타나는 법이야. 내 앞발 하나로 코끼리를 무릎 꿇게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너희들이 힘센 임금을 바란다면 나를 뽑으렴.”
“잠깐, 잠깐.”
코뿔소가 외쳤습니다. 그는 모인 동물들을 마구 밀어 붙이면서 옥좌 쪽으로 갔습니다. 화가 나서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코뿔소는 동물들을 향해 외쳤습니다.
“저 호랑이는 허풍쟁이요. 내 뿔에 찔린 호랑이들만 해도 수백 마리는 될 거요. 그러니 나야말로 제일 힘센 동물 아니겠소? 나를 여러분들의 임금으로 뽑으시오.”
많은 동물들이 코뿔소의 힘을 인정했으나, 본래 코뿔소는 인기가 없는 동물이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하는 동물은 별로 없었습니다. 화를 내며 코뿔소가 그 자리를 떠나자, 독수리가 힘찬 날갯짓과 함께 공중으로 떠올라 비어 있는 옥좌 위에 사뿐히 내려앉았습니다.
“나는 힘이 셀 뿐만 아니라 공중을 날 줄도 압니다. 여러분께 제안을 하고 싶은데, 우리들 중(가운데 – 옮긴이 '마음을 지키는 사람'. 아래 ‘옮긴이’)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동물을 임금으로 뽑으면 어떨까요?”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얘기하는 독수리의 위엄 있는 행동에 모였던 동물들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독수리에게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가장 높이 날 수 있는 것은 독수리다! 독수리는 우리들의 새 임금이다! 독수리여, 오래 사시오!”
동물들이 새로 뽑은 독수리 임금에게 인사를 하고 있을 때, 한 조그만 피리새가 옥좌로 날아와 독수리에게 얘기했습니다.
“가장 높이 나는 자가 임금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죠?”
“그래.”
“그렇다면 당신이 우리 새들 중에(가운데 – 옮긴이) 가장 잘 나는 새라는 것을 보여 주세요. 그 후에야(그 뒤에야 – 옮긴이) 당신을 우리의 임금으로 인정하겠어요.”
“여러분, 여기에 있는 피리새는 자기가 나보다 더 높이 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소. 정말로 그렇다면 그를 임금으로 추대합시다.”
이 말에 거기 모인 동물들은 피리새를 조소하며(비웃으며 – 옮긴이) 독수리와 시합을 해 보라고 요구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난 시합할 수 있어요. 자, 어디에서부터 날기로 할까요?”
피리새는 주저 없이 물어 보았습니다.
“저쪽에 있는 ‘코코스 야자나무’에서 시작하기로 하자.”
라고 말하며 독수리는 피리새를 앞질러 나무로 날아갔습니다.
피리새도 뒤따라 날아가서 나뭇가지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습니다. 그런데 그 나뭇가지는 독수리가 앉은 바로 위에 늘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염소가 시합 시작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그 순간 영리한 피리새는 몰래 독수리의 등 뒤로 살짝 내려앉았습니다. 독수리는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힘차게 날아올랐습니다.
밑에서 시합을 지켜 보던 동물들은 서로 수군거렸습니다.
“독수리가 날아가는 것은 보이는데, 피리새는 안 보이네. 아마 피리새가 독수리보다 훨씬 더 위에 있기 때문일 거야.”
그러는 사이 독수리는 높이 솟구쳐 올라 태양을 향해 똑바로 가고 있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피리새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리새는 아직도 나무 위에 앉아서 지금쯤은 이 시합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을걸.”
혼자 중얼거리며 독수리는 빛나는 푸른 하늘 더 높이 올라갔습니다.
점점 태양에 가까워지자 공기는 뜨거워졌습니다.
“더 높이 가다간 태양열에 데고 말겠는걸. 이쯤해서 다시 땅으로 돌아가야지.”
이 말이 끝나자, 지금껏 독수리의 등에 숨어 있던 피리새는 가볍게 독수리의 위로 날아올랐습니다.
“아직도 더 높이 올라갈 자신이 있으세요?”
낯익은 피리새의 음성에, 독수리는 귀를 의심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는 – 옮긴이) 있는 힘을 다해 피리새를 쫓아 올라가 보려 했으나 허사였습니다. 기진맥진하여 땅에 내려온 독수리에게 동물들은 야유를 보낼 뿐이었습니다. 본래 상대도 안 되는 조그마한 피리새에게 보기 좋게 지고 말았으니까요. 조금 후 피리새가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동물들은 환호성을 올리며 그를 맞이했습니다.
“피리새는 우리들의 임금이다!”
동물들이 이렇게 떠들어대고 있을 때, 부끄러움과 분노를 참지 못한 독수리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새 임금이 된 피리새는 동물들의 박수 속에 화려한 상아 옥좌에 앉았습니다.
- 서아프리카의 민화
- 『 바보 마을의 영웅 』 ( 작은 제목 < 아프리카 민화집 >. ‘송미루’ 편역, ‘(주)창비’펴냄, 2008년 )에서
- 음력 3월 16일에,‘우리는 피리새의 슬기를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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