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서아프리카 민화] 미련한 하이에나

마음을 지키는 사람 2026. 5. 11. 23:23

옛날에 염소를 많이 키우는 한 농부(순수한 배달말로는 여름지기’- 옮긴이 마음을 지키는 사람’. 아래 옮긴이’)가 있었습니다. 낮에는 (염소들을 옮긴이) 풀밭으로 몰고 나갔다가, 밤이면 우리로 몰고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그 지방에 큰 흉년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농부는 염소가 많으므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다행스럽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걱정은 굶주린 이웃이나 동물들이 혹시 농부의 염소를 몰래 훔쳐 가지나 않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끼 한 마리가 풀을 뜯고 있는 숫염소에게 다가가 무엇인가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마침 그 농부는 동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으므로, 살그머니 옆으로 가서 토끼의 말을 엿들었습니다. 그때 토끼는 하이에나의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밤이면 그 하이에나가 마을 주위를 어슬렁거리니 조심하라는 충고였습니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군.”

 

농부는 하이에나의 침입에 대비하여 함정을 파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둘러 집에 돌아간 그는 염소 우리 바로 앞에 깊고 넓은 구덩이를 팠습니다. 구덩이 위에는 임시로 널판자를 걸쳐놓았습니다.

 

하이에나가 올 테면 와봐라. 내 염소를 훔치려 했다가는 이 구덩이에 빠져 제 목이 먼저 부러질걸.”

 

농부는 (이렇게 옮긴이) 중얼거렸습니다.

 

저녁이 되자, 그는 풀밭으로 가서 염소 떼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널판자 위를 지나 우리로 들어오면서 숫염소는 깊이 파놓은 구덩이를 내려다보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때 문득 그날 낮에 토끼가 해 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하이에나에게 잡혀 먹힐지도 모르니 주의하라는 얘기 말입니다.

 

만약 하이에나가 오늘 밤 이곳을 습격한다면 저 날판자를 타고 쉽사리 건너올 것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안전하게 구덩이 속에 숨어 있어야지.”

 

그 널판자는 실은 곧 치워 버릴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속셈을 모르는 어리석은 숫염소는 몰래 우리를 빠져 나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제 하이에나의 습격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한 숫염소는 곧 깊은 잠에 떨어졌습니다.

 

그날 밤, 과연 토끼가 말한 하이에나는 허기에 차서 고요히 잠든 마을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염소 우리 근처까지 온 하이에나는 잠든 염소들의 냄새를 맡게 되었습니다.

 

아이구, 이게 웬 떡이야. 곧 배불리 먹을 수 있겠는걸.”

 

깜깜한 어둠 속이라 구덩이가 보일 리 없었습니다. 신이 난 하이에나는 단숨에 우리를 향해 펄쩍 뛰었습니다. 그러나 하이에나가 떨어진 곳은 염소 우리가 아닌 깊은 구덩이 속이었습니다.

 

날카로운 하이에나의 비명 소리에 숫염소는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갑자기 어둠 속에서 파랗게 이글거리는 하이에나의 눈을 보자, 숫염소는 너무 무서워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하이에나 또한 전혀(조금도 옮긴이) 예기치 못했던 일이었으므로, 둘은 한참 동안 서로 쳐다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하이에나는 이 구덩이에서 빠져 나갈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있었습니다.

 

이 염소를 잡아먹으면 당장 배야 부르겠지. 그렇지만 이 구덩이에서는 영영 빠져 나가지 못한단 말이야. 염소 털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내일(순수한 배달말로는 올재” - 옮긴이) 아침 주인에게 큰 봉변을 당하고 말걸.’

 

그래서 하이에나는 아침까지 조용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는 불안에 떨고 있는 숫염소에게 상냥하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봐, 염소야. 이렇게 만난 것도 좋은 인연이야. 나도 오늘 밤 산보를 나왔다가 뜻밖의 봉변을 당한 거란다. 그러니 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오히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야.”

 

악명 높은 하이에나가 이렇듯 다정히 얘기하는 것을 들은 숫염소는 깜짝 놀랐으나, 얼른 상냥하게 대꾸했습니다.

 

안녕, 하이에나야. 실은 얼마나 네가 무서웠는지 몰라. 왜냐하면 너는 잔인한 동물로 유명한데다 특히 염소 고기를 좋아한다고 들었거든. 그런데 이제 너를 알고 보니 그런 얘기들은 썩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 것 같구나.”

 

그런 것들은 전부 거짓말이야. 나도 너처럼 풀잎과 나뭇잎을 먹고 사는 평화스러운 동물이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어떤 동물도 잡아먹지 않을 거야.”

 

네가 정말로 착한 동물이라면 내일 아침 주인이 구덩이에서 꺼내 줄 거야. 아무 걱정 마. 우리 주인은 동물의 말을 알아듣거든.”

 

하이에나는 허기진 배를 꾹 움켜쥐고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그날 밤 토끼도 마침 마을 근처를 서성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을로 내려가는 하이에나를 본 토끼는 아무래도 친구인 숫염소가 걱정되었습니다. 망설이던 끝에 결국 토끼는 염소 우리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 근처에 갔을 때 마침 달이 떠올라 사방을 환히 비추었습니다.

 

토끼의 눈에 염소 우리 앞 구덩이가 보였습니다. 무슨 구덩이인가 의아해하며 구덩이 가까이로 가니, 그 속에서 웬 목소리들이 새어 나왔습니다. 토끼는 깜짝 놀라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친구 숫염소와 하이에나의 소리였습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어리석은 숫염소가 하이에나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토끼는 얼른 숫염소를 구해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근처 한 오두막에서 밧줄을 구해 가지고 온 그는 구덩이 근처에 서 있는 큰 나무에 한쪽 끝을 잡아매었습니다. 그러고는 구덩이로 가서 두 동물을 불렀습니다.

 

, 염소야. 이 밤중에 그 속에서 뭘 하고 있니?”

 

토끼니? 나는 오늘 밤 하이에나와 친구가 되었단다. 참 좋은 친구야.”

 

그래, 염소 말이 맞아. 우리는 이제부터 서로 도우며 살 거야.”

 

하이에나가 맞장구쳤습니다.

 

토끼는 염소의 어리석음에 기가 막혔습니다. 바로 그날 낮에 하이에나를 주의하라고 일러주었건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친구(순수한 배달말로는 동무’- 옮긴이)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토끼는 구멍에다 대고 소리질렀습니다.

 

여기 밧줄을 갖고 왔는데, 너희들이 원한다면(바란다면 옮긴이) 거기서 구해 줄 수 있어.”

 

물론이야. 우리 좀 구해 주렴.”

 

두 동물은 소리 맞춰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나는 염소를 먼저 구해내고 싶어. 괜찮겠지?”

 

하이에나는 토끼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 제안에 찬성했습니다. 토끼는 밧줄을 구덩이 속으로 던졌습니다. 숫염소가 밧줄을 타고 올라오자, 토끼는 재빨리 나무로 달려가 밧줄을 풀어 구덩이로 던졌습니다.

 

잠시 후(옮긴이), 구멍 속에서는 저주에 찬 하이에나의 울부짖음이 들려 왔습니다. 그 끔찍스러운 소리에 잠자던 농부도 놀라 일어났습니다. 그는 얼른 쇠창을 들고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구덩이로 가던 도중 농부는 토끼를 만났습니다. 자초지종을 듣고 난 그는 숫염소를 구해 낸 토끼의 활약에 대해 크게 칭찬했습니다.

 

농부가 구덩이에 다다랐을 때, 하이에나는 여전히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울음이 농부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농부는 하이에나를 향해 쇠창을 던졌습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옮긴이) 농부는 토끼와 숫염소에게 돌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농부는 구덩이 속으로 돌을 던져 넣었습니다. 죽어가는 하이에나의 신음 소리는 새벽 무렵에야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 서아프리카의 민화

 

- 『 바보 마을의 영웅 』 ( 작은 제목 < 아프리카 민화집 >. ‘송미루’ 편역, ‘(주)창비’펴냄, 2008년 ) 에서

 

- 음력 325일에,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