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마을에 ‘씨움’이라는 사람이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들은 무엇이든 반대로만 하려고 해 씨움은 늘 슬펐습니다.
한 번은 씨움이 돌로 된 둥근 새집을 지으려 하니까 아들은 진흙으로 네모난 집을 짓자고 우겼습니다. 그래서 진흙집을 지었습니다.
“강물은 비린내가 나니까, 샘물을 길어 오너라.”하고 씨움이 말하면 아들은 “아니에요. 샘물이 더 안 좋아요.”하며 강물을 길어 왔습니다.
한참 동안 뜨거운 햇볕 아래서 밭일을 하고 돌아올 때면 씨움은 목이 말랐습니다.
“얘야, 차 한 잔 주겠니?”
그러면 아들은 대답하기를 “아니에요. 아버지한테는 지금 떡을 드리는 게 나아요.” 했습니다.
씨움이 식사 시간에 고기를 먹자고 하면 아들은 아버지에게 볶은 콩을 내왔고, 볶은 콩을 먹자고 하면 고기를 구웠습니다. 바구니를 사 오라고 하면 냄비를 사 왔고, 설탕을 가져오라고 했을 땐 소금이 나을 거라고 소금을 가져왔습니다.
한 번은 씨움이 들판을 지나 친할아버지를 방문하자는 말을 꺼내자 그 아들이 말하기를 “아니에요. 언덕을 넘어서 외할아버지를 뵈러 가요.”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씨움이 언덕을 넘어가려 하면 아들은 들판 쪽으로 가자고 우겼습니다.
불쌍한 씨움은 말 안 듣는 아들 때문에 늘 불행했습니다. 그렇지만 차츰 그에게도 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늘 반대로만 하려는 아들을 어떻게 다루면 자기가 원하는(바라는 – 옮긴이 ‘마음을 지키는 사람’. 아래 ‘옮긴이’) 대로 하게 할지 알게 된 것입니다.
즉 차를 마시고 싶으면 떡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아들은 차를 가져왔습니다. 샘물이 좋으면 강물을 길어 오라고 했고, 고기를 먹고 싶으면 콩을 먹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습니다.
하루는 손님들이 왔는데, 씨움은 음악과 함께 흥겹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얘야, 오늘 밤은 아주 조용히 지냈으면 한다.” 하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들은 벌써 마을 악사들을 부르러 달려나갔습니다. 그래서 씨움은 그날 저녁 아주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며 흥겹게 보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이(해가 – 옮긴이) 지났고, 마을 사람들은 씨움을 몹시 불쌍하게 여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씨움이 아들과 함께 다른 마을에 갔다가 돌아오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침 우기(우리나라의 장마 때처럼 끊임없이 비가 오는 기간. 대개 3,4월에 시작하여 10,11월에 끝난다 – 편역자의 주석)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어진 듯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씨움과 말 안 듣는 그의 아들이 강가에 도착해 보니, 강물은 홍수 때문에 불어나 있었습니다. 물살을 따라 어린 나무들과 덤불들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고, 강둑 위로 물이 넘치고 있었습니다.
“저쪽으로 건너가지 못하겠다. 아주 위험하겠어.” 씨움이 말했습니다.
“위험하지 않아요.” 아들이 말했습니다.
“물이 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자꾸나.”
“아버지는 바보예요.” 아들이 씨움을 비난했습니다.
“네 생각이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렇지만 내가 앞서가도록 하마. 발이 바닥에 닿는지 알아야 할 테니까.”
씨움이 말했습니다. 거친 물살을 헤치며 그는 간신히 강을 건넜습니다. 그는 아들 쪽으로 몸을 돌려 주의를 주었습니다.
“얘야, 아주 조심하거라.” 그가 외쳤습니다.
“물거품이 세게 이는 곳에는 발을 디디면 안 된다. 그 밑엔 깊은 구멍이 패어 있어.”
말 안 듣는 아들은 강을 건너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버지가 주의를 준 곳에 다다르자, 바로 그 가운데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씨움이 말한 대로 그 밑은 깊은 구멍이었습니다. 아들은 순식간에 물 속으로 빠지더니 물살에 휩싸였습니다.
씨움의 위급한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강가로 달려나왔습니다.
“걔가 어디 있지? 걔가 어디 있어?” 사람들은 저마다 물었습니다.
“아들놈이 물 속으로 사라졌어요! 그런데 어느 쪽인지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아마 늘 말 안 듣는 아이였으니, 물 속에서도 거꾸로 물을 거슬러 올라갔을 겁니다.”
씨움의 말에 모두들 물을 거슬러 위쪽으로 그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씨움은 슬프게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여러분들, 어떻게 된 것인지 아시겠죠?”
씨움이 말했습니다.
“아들놈은 죽을지도 모르는데 평소에 하던 버릇대로 제 말에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평소의 잘못을 고치지 않으면 가장 위험한 순간에도 습관대로(버릇대로 – 옮긴이)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 『 바보 마을의 영웅 』 ( 작은 제목 < 아프리카 민화집 >. ‘송미루’ 편역, ‘(주)창비’펴냄, 2008년 ) 에서
- 음력 4월 4일에,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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