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서아프리카 민화] 거짓말쟁이 카벤라

마음을 지키는 사람 2026. 6. 27. 19:44

옛날 어느 마을에 카벤라라고 하는 어린 소년이 살았습니다. 그 아이는 영리한데다 부모님의 일을 잘 거들었기 때문에,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강가로 물을 길러 가면서, 카벤라는 문득 이 변화 없는 생활이 무척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일 아침이면 밭에 가거나 혹은 사냥하러 나갔다가 저녁에는 피곤한 몸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카벤라는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서 어떻게 하면 이 단조로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을까 궁리했습니다. 잠시 후, 그에게는 좋은 꾀가 떠올랐습니다.

 

카벤라는 빈 항아리를 갖고 마을로 되돌아갔습니다. 집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곳에 이르자, 그는 갑자기 소리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살려 줘요, 살려 줘요! 사자를 봤어요. 빨리 나와봐요! 큰 사자가 있단 말이에요!”

 

카벤라의 외침을 들은 마을 남자들은 급히 무기를 갖고 쫓아 나왔습니다.

 

어디에 사자가 있더냐?”

 

저기 강가예요. 하마터면 물릴 뻔했어요.”

 

카벤라는 여전히 헐떡거리며 말했습니다.

 

사자가 강가에서 어슬렁거렸다면, 발자국이 분명히 남아 있을 거야!”

 

그들은 떼지어 강가로 내려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흥분하여 사자를 잡으러 몰려가고 나자, 혼자 남은 카벤라는 통쾌하게 웃었습니다.

 

아이구, 재미있어. 마을이 한바탕 떠들썩하겠지.”

 

혼자 마을로 들어가니, 마을은 쥐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남아 있던 여자와 아이들은 무서워서 집 속에 숨어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저쪽에서 카벤라의 부모님이 밭에서 돌아오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어째 마을이 너무 조용하네요. 무슨 일이 있었나 봐요.”

 

카벤라의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저기 카벤라가 오니, 물어봅시다.”라고 아버지가 말하는데, 벌써 카벤라가 뛰어와 말했습니다.

 

제가 강가에서 사자를 본 것 모르세요? 모두들 사자를 잡으러 강으로 갔어요.”

 

아이구, 카벤라야. 아무 일 없었으니 정말 다행이구나.”

 

어머니, 그런데 물은 길어 오지 못했어요.”

 

카벤라는 말하며 우는 척했습니다.

 

괜찮아. 너만 살아 있으면 돼.”

 

이렇듯 쉽게 속아 넘어가는 부모가 카벤라는 우스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집에 들어가 카벤라는 사자 얘기를 다시 자세하게 했습니다. 어머니는 시종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얘기가 끝나갈 무렵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마을 대표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그의 얼굴은 험상궂었습니다.

 

, 카벤라. 아무리 찾아봐도 사자 발자국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네가 얘기를 꾸며낸 것 같다고 화가 나 있어. 너 우리를 놀린 거지?”

 

이 물음에 카벤라가 대답하기도 전에 카벤라의 어머니가 마을 대표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아니, 카벤라가 거짓말하는 것 들어 보신 적 있어요? 걔는 지금까지 …….”

 

어머니의 말을 막으며 마을 대표가 다시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묻지 않았으니 잠자코 계세요. 카벤라, 네가 대답해라.”

 

저를 믿어 주세요. 정말로 오늘 아침 사자를 보았어요.”라고 말하며 카벤라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참 동안 울고 있는 카벤라를 쳐다보던 마을 대표는 카벤라를 달래며 말했습니다.

 

알았다. 더 이상 캐묻지 않으마. 네가 평소에 성실한 아이였으니 네 말을 믿기로 하자.”

 

그 일이 있은 뒤부터 카벤라는 아버지와 함께 강가로 물을 길러 다녔습니다. 사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도 카벤라의 이야기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쨌든 위험스럽지 않다고 생각되자, 아버지는 다시 카벤라 혼자 강으로 보냈습니다.

 

혼자 물 길러 다니기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나자, 이 영악한 소년은 다시 마을 사람들을 골탕먹이고 싶어졌습니다.

 

유난히도 해가 뜨겁던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땀을 뻘뻘 흘리겠지.’라고 생각하니 신이 난 카벤라는 얼른 강가로 달려갔습니다. 물동이에 물을 가득 채워 강가에 세워 놓고 그는 마을로 뛰어갔습니다.

 

사자가 나타났어요! 빨리 빨리 와보세요! 커다란 사자예요!”

 

깜짝 놀란 마을 사람들이 집에서 뛰어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을 대표는 카벤라에게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우리와 같이 가서 네가 사자를 보았다는 자리를 정확히 알려 주기 바란다.”

 

그러자 카벤라는 울면서 대답했습니다.

 

저는 사자가 무서워요. 집으로 돌아가게 해 주세요.”

 

카벤라의 애원에 마을 대표는 벌컥 화를 냈습니다.

 

그것은 내 명령이야. 이 마을에서는 누구든지 내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어!”

 

할 수 없다고 느낀 카벤라는 떨리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강으로 갔습니다. 해가 높이 떠올라 모두들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습니다.

 

일행이 마침내 카벤라의 물동이가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마을 대표가 카벤라에게 사자를 본 곳이 어디냐고 물었습니다. 카벤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언덕을 가리켰습니다. 사람들이 그곳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사자 발자국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더 이상 그들을 속일 수 없음을 안 카벤라는 울면서 사실을 얘기했습니다.

 

저런 아이는 살려 둬서는 안 돼요. 죽도록 때려서 악어 밥이 되도록 강물에 던져 버려야 합니다.”

 

누군가가 화가 나서 외쳤습니다.

 

이 아이를 벌줄 수 있는 사람은 아이의 부모뿐이오.”

 

마을 대표는 화가 난 사람들을 타일렀습니다.

 

카벤라의 장난은 온 마을에 알려졌습니다. 마을 대표는 카벤라를 그의 부모 앞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여기 거짓말쟁이 카벤라를 데리고 왔소. 그 아이가 한 짓에 맞게 벌을 주시구려.”

 

이 말을 마치고 화가 난 마을 대표는 욕을 하며 카벤라의 집을 나갔습니다.

 

홀로 남은 카벤라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카벤라, 너 같은 아들을 둔 것이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구나. 마을 사람들이 우리를 얼마나 조롱하겠니. 너를 호되게 벌하겠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신들이 너를 용서해 주시기를 바랄 수밖에.”

 

카벤라는 울면서 부모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그 다음날 카벤라는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아무의 눈에도 띄지 않고 물을 길러 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강가에서 물을 푸고 있던 카벤라는 문득 물에 비친 그림자를 보았습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바로 눈앞에 사자가 서 있었습니다. 놀란 그는 물동이를 떨어뜨렸습니다.

 

사람 살려. 사자가 나타났어요!”

 

카벤라는 죽음의 공포에 떨며 사자로부터 뒷걸음질쳤으나, 이미 늦었습니다. 사자는 한걸음에 그를 따라잡더니, 목덜미를 꽉 물었습니다.

 

강 가까이에 살던 사람들은 카벤라의 비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 속는다.’면서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밭으로 가는 카벤라의 아버지에게 그들은 비웃듯이 말했습니다.

 

당신 아들은 구제불능인 거짓말쟁이예요. 아까도 사자가 나타났다고 소리지르던데, 이제 아무도 안 속아요.”

 

이 말에 화가 난 아버지는 강으로 갔습니다. 강에 가까워지면서 그는 아들의 이름을 불렀으나, 아무 대답도 없었습니다. 문득 이상한 예감이 든 아버지는 걸음을 빨리 하였습니다. 강으로 내려가는 작은 길에서 아버지는 핏자국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강가에는 깨어진 물동이가 뒹굴고 있고, 카벤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신들이 카벤라를 벌주셨구나.”라고 중얼거리며 그는 비통하게 울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 바보 마을의 영웅 ( 작은 제목 < 아프리카 민화집 >. ‘송미루편역, ‘()창비펴냄, 2008)에서

 

- 음력 513일에,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 올리다